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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쁨
문희봉(시인·평론가)  |  sjc@tvsj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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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9.11  22: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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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봉(시인·평론가)

물을 얻기 위해 약수터에 간다. 흘러내리는 물속에 들어 있는 지혜와 흉년에 넘겼던 메밀묵 한 사발도 함께 받는다. 어려웠던 시절 나를 키워 준 바람과 햇볕도 함께 받는다. 물은 쉼 없이 흘러내린다. 막힘이 없다. 식용수로 적합한 물이다. 물병을 지고 여기까지 오르는 사람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힌다. 흘러내린다. 물을 받아 마시고는 그늘에 몸을 앉힌다. 갑자기 천사가 된 느낌이다. 누구도 크게 환대해 주지 않았는데 산은 차별이 없어 좋다. 막혔던 기도가 뻥 뚫린다. 항상 보살의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산은 한참 달아오르는 훈김과 싱그러운 풀 냄새로 싱싱한 향기를 준다.

정상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산을 오른다. 오르는 동안 주위경관을 살핀다. 이름 모를 꽃들과 나무들과 새들이 반긴다. 칙사대접이다. 몸은 어렵지만 마음은 하늘을 난다. 가슴이 방망이질을 한다. 무슨 일이든 쉬운 일이 있을까? 꽃과 나무들의 대화가 나를 기쁘게 한다. 몸이 어려운 만큼 건강은 좋아질 것이다. 펑퍼짐하게 앉아 있는 바위 위에 몸을 눕힌다. 바라보이는 하늘이 너무나 맑고 푸르다. 하늘 전체를 따다 가슴에 담는다. 가슴이 파래진다. 산이 내게 준 화단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목적지만 생각하지 않고, 내 인생의 목적지도 함께 생각하는 자신이 기특하다.

열매를 얻기 위해 나무에 올라간다. 그때 나무의 열매만 따지 않고, 그 열매가 달리기까지의 고통과 인내를 같이 딴다. 열매를 따내리는 일은 보람 있는 일이다. 봄에 씨 뿌리고, 감매고, 거름 주고, 약주고 매일 가까이 다가가 사랑의 대화를 나눈 덕이다. 내 사랑을 먹은 열매는 하루가 다르게 모습을 달리 한다. 열매 속에는 하늘이 있고, 강이 있고, 산맥이 있고, 천둥과 비바람이 있다. 다문 입에서 철학자의 기품을 읽어낸다. 여름 숲은 열매 맺는 소리로 신음하고 있는 듯 천지가 초록으로 변해가고 있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찻집에 들른다. 그때 친구만 기다리지 않고 내 마음이 전달하고 싶었던 웃음, 베풂, 여유, 사랑, 햇빛과 달빛들도 함께 하자 권유한다. 친구는 형제와 같은 존재다. 우애 이상의 정이 우정이다. 하나밖에 없는 생명까지도 줄 각오가 되어 있다. 넉넉할 때 친구보다는 어려울 때 친구가 진실한 친구다. 웃고, 베풀고, 사랑하고, 배우다 보면 친구가 스승처럼 느껴진다. 급할 때 불러올 수 있는 사람, 어려울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이 가까이 있다는 건 하늘이 내려주신 축복이다. 물 오른 나무처럼 친구는 내 하루의 가장 큰 기쁨이요 행복이다. 친구를 바다라 여긴다. 언제든 달려가 나의 갈증을 풀어주고 그 넓은 가슴에 침몰하고만 싶은 친구는 나의 바다다.

차를 운전하기 위해 도로 표지판을 본다. 그때 도로의 표지판만 보지 않고 내 생각의 표지판도 같이 본다. 시야를 넓혀주는 안목, 혜안, 상상력, 참신성과 진실성, 위트, 능란한 수사력도 함께 볼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보고 듣고 생각하는 일은 마음을 살지게 하는 일이다. 안목, 혜안, 상상력, 진실성, 능란한 수사법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능력이 아니다. 얻으려 노력하는 사람에게나 주어지는 선물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축복 받을 일이다. 어떤 이는 그림으로, 악기로, 사진으로,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예술 중의 으뜸이라는 문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여간한 축복이 아니다. 시인은 참으로 신기하다는 얘기를 한다. 몇 행 안 되는 언어로 어쩜 세상을 그리도 아름답게 표현하는지.

별을 보기 위해 어두운 밤하늘을 본다. 그때 별만 찾지 않고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도 찾아내려 노력한다. 절망과 포기 같은 것을 내 사전에서 없애는 일도 함께 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어둠과 병존하는 밝음이다. 밝음 속에서는 밝음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어둔 골목을 밝히는 가로등, 망망대해를 휘젓고 다니는 어선과 상선에게 길을 안내하는 등대, 참선 중인 법당 안의 촛불은 베풂의 화신이다. 야구장이나 축구장에 켜지는 라이트는 환상적이다. 바다는 크레파스보다 진한, 푸르고 육중한 비늘을 무겁게 뒤척이면서 숨을 쉬고 있다. 밤에 등대를 볼 수 있기에 배들은 화려한 의상을 갖추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비가 올 것인가를 알기 위해 하늘을 본다. 그때 구름만 보지 않고, 내 삶에도 구름이 끼고, 비가 내릴 때가 있으리라는 것을 함께 본다. 사전오기, 칠전팔기(七顚八起), 자각(自覺), 자각, 무심(無心), 무심 물소리도 함께 듣는다면 더욱 좋다. 앞을 내다보는 혜안은 성공의 지름길이다. 마음을 비우고 명상하다 보면 평화가 찾아온다. 숨을 쉬듯, 한시도 빼놓지 않고 마음이 쉬는 의자에 앉아 하루의 피로를 씻는다. 푸른 하늘, 푸른 들판을 훨훨 자유롭게 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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